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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5년새 40% ↓… 광업계 전멸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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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찬 한국광업협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협회 사무실에서 갈수록 열악해지는 국내 광업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 회장은 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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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찬 신임 한국광업협회장
“1960년대 GDP의 70% 차지 이젠 0.16% 그칠 만큼 침체 석회석·백운석 시장성 여전 年 2조원 수입대체 효과 있어 안전 투자 등 정부지원 절실 광물자원公·광해관리公 통합 시너지 내도록 의견 개진할 것”
“여전히 시장성이 있는 국내 광업계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특히 국내 광업의 환경은 물론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20일 조남찬 신임 한국광업협회장은 악화일로에 있는 국내 광업을 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광업협회는 지난 8일 정기총회를 열고 조 회장을 제29대 광업협회장으로 선출했다. 광업협회는 국내 100개 회원사를 둔 광업 대표 단체다.
1946년생인 조 회장은 “나이가 많아 협회장 역할을 하기 쉽지 않지만 회원사들의 바람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며 낙후한 국내 광업계를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자 협회장 직에 나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회장은 대학에서도 지질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대한석탄공사에서 30년, 민간업체에서 20년, 총 50년간 국내 광업계에서 몸담은 그야말로 광업계 몇 안 되는 원로다.
인터뷰 시작부터 그는 최근 침체한 국내 광업계의 현실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광업은 환경파괴, 안전문제 등으로 지적을 받고 있지만 한 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주요 산업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내 광업계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민간업체에서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광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환경, 민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국내 광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이 같은 분야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1960년대 광업은 우리나라 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산업구조도 달라져 광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너무 줄어들었다. 0.16%에 불과하다. 전멸한 수준에 이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는 석회석도 이제 탐사를 해야만 채굴을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생산 여건을 만드는 데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고 시장성이 있지만 최소한의 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국내 수급이 가능한 석회석, 백운석(마그네슘) 등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협회와 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광업에 지원하는 민간보조예산은 약 40% 감소했다. 최근 산업현장 안전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자 해당 예산은 소폭 증가했으나 광산경영에 실질적 지원인 ‘탐광시추’나, ‘갱도굴진’ ‘시설 현대화’ 관련 자금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연 매출 10억 원 이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광업계는 납품가 하락과 광산시설 노후화 및 심부화로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위험업종 기피현상으로 인력난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광업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연간 2조7852억 원(2017년 기준)의 수입대체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주요 생산품인 비금속광물(석회석, 백운석 등)은 국내 제조업의 근간에 해당하는 제철, 제지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다.
조 회장은 “예를 들자면 지금 달에 사람을 보내도 통신이 가능한데, 광산에서는 광부가 지하 2∼3㎞에서도 지상과 통신을 할 수 없다”며 “정부에서는 조그만 사고에도 많은 질책을 하면서 이 같은 안전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기본적인 지원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광업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싸고 품질이 좋은 석회석과 마그네슘을 채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그는 “중국도 자국 내 자원 탐사는 행정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지원해주고 있다”며 “정부가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조 회장은 “과거 정부에서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가 큰 손해를 보며 실패했다. 일부 공기업들이 그 손실과 국민적 비난을 받았지만 애꿎은 국내 자원개발을 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내 광업은 아무 죄가 없는데 그 영향으로 인해 정부 지원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정부의 업계 지원이 약 5년 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해서도 “성공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 과거 정부(이명박 정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 동(구리)광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평년 대비 구리 가격이 5배까지 올랐지만 최근에 폭락하며 사업에 실패했다. 어느 시점에서 가격이 오르겠지만 그때까지 (투자를) 유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의 통합에 대해 조 회장은 “노조 일부 혹은 지역주민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광물자원공사가 공단으로 통합돼 조직 경직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양 광업기관의 통합으로 인해 제정될 한국광업공단법에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향후 광업계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기본법이 될 이 법에 협회는 이해당사자로서 광업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협회 내부에서도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다만 조 회장은 이 법에 근거해 이뤄질 새로운 광물기관이 업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민간과 공공이 손을 잡고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순조로운 통합이 절실하다. 그는 “통합공단이 출범하면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겠지만 양 기관의 장점들이 합해져 시너지가 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기사원문주소: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3200103212108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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